마이루루의 여행/출퇴근 한줄독서

양귀자 - 모순 을 읽고

마이루루 2024. 1. 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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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첫 책으로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쓰는 독후감이다.
(내용 스포가 있습니다)


모순은 서점의 인문학 스터디셀러로 있었고
책 제목에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하기까지는 약 3개월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구성이 챕터마다 짧게 끊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집어들었을 때 마다 한 두 챕터씩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창작노트에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다’고 되어있어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바라는 방식대로 책을 즐긴 것 같아 조금 뿌듯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진진이라고 하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며
이 책은 소설으로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인듯 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안진진의 가족(어머니, 동생 안진모, 아버지)과
어머니의 쌍둥이 언니인 이모, 이모네 가족(이모부, 주리, 주혁)
그리고 안진진이 연애하는 두 명의 남자이다. (김장우, 나영규)

이 책은 안진진의 20대 중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안진진의 이모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모가 가장 선명하게 메인 등장인물로 다가왔다.)
이모가 주요인물인 이유는 이 책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에서
이모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로 외모와 성격이 매우 흡사한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결혼 이후로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슬프게도 안진진은 엄마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래도 굳세게 살아간다.

나는 일란성 쌍둥이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만난 두세쌍의 쌍둥이들을 보면
그들은 부모, 형제, 자매 그 이상의
뗼레야 뗄 수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소울메이트의 삶을 사는 듯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유치원부터 같은 반을 배정받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항상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심지어는 같은 반에 있기도 한다. (성별이 같은 경우 더더욱)

형평성을 갖추어야 하므로 옷이나 물건 같은 것들도
어쩔 수 없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진로마저 비슷하면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도 같은 방식일 것이다.
(가까운 친구중에서는 쌍둥이가 없었기 때문에 졸업 이후의 삶이 비슷한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일란성 쌍둥이’ 엄마와 이모가 소설의 주요인물로 나온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본 쌍둥이들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결혼 이후 서로 180도 다른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소설이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여자에게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여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가 인생의 방향을 매우 많이 결정하는 듯 했다.


안진진과 이모는 각별한 관계였다.
일란성 쌍둥이는 애착이 굉장한 관계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서로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더라도
조카들에게 친엄마처럼 잘해주나보다.

나는 어머니에게 여자 형제가 없어서 ‘이모’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이모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이모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자형제의 자녀에게 물심양면으로 엄청나게 잘해주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나는 삼촌들이 나에게 엄청 잘해주었고 그것을 누리고 살아왔지만,
어리고 철없을 때는 자기가 가진 것은 보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만 부러워하는 습성이 있나보다.)

무려 일란성 쌍둥이 동생의 자식이라니
이모는 안진진에게 엄청나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모의 자녀인 주리와 주혁은 모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지 10년이 지났다는 설정으로
안진진 이모가 안진진에게 얼마나 잘해줄지는 예상이 간다.
(예를 들면 골드미스 이모 혹은 딩크족 이모 느낌?)


안진진은 덤덤하게
자신의 집안형편과 이모의 집안형편을
비교하는듯이 서술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김장우)에게
이모가 엄마라고 속이기도 한다.
안진진이 생각하는 -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는 정말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생김새도 똑같고 성격도 똑같지만
고급지고 우아한 이모. 이모가 우리 엄마 였으면…

이 대목을 읽고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안진진도 불쌍하고
억척스럽고 열심히 두 자녀를 키워온 안진진의 엄마도 불쌍했다.
안진진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안진진의 엄마가 책을 참 좋아하는 설정이 인상깊었다.
나도 책을 좋아해서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모도 물론 책을 좋아한다.
이모는 시집을 좋아한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정신분열증에 관한 책, 형법에 관한 책,
치매와 중풍에 관한 책 등 온갖 삶에 유용한 책들을 주로 읽는다.
장사에 도움이 되는 일본어 책도 읽는다. 그러고 보니 항상 책을 끼고 사네!

나도 대학생때는 분야를 정말 다양하게 읽었다.
사회학 책 부터 해서 교육에 관련된 책, 철학책, 소설도 진짜 많이 읽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비문학만 보면서 살고있다.
주식책, 부동산책, 경매책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주로 읽고 있다.

사실 다른 책들도 빌려서 읽으려면 읽을 수 있지만
출퇴근하고 남는 여가시간에는 한계가 있고
나는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한다.
문학은 당장 와닿지가 않고 나는 비문학을 좋아해 라고 세뇌했던 것 같다.


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안진모와 안진진 아버지 나오는 부분은 눈쌀을 찌푸렸다.
특히 안진진의 아버지가 제나름의 방식으로 자식들을 사랑했다는 대목에서는
어떤식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도 안된다.

내 생각에 사랑은 말이든 행동이든 표현하고 보여주어야 하는데
속에 숨겨져있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한들
밖으로 폭력과 욕설, 부재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그걸 사랑하는거라고 볼 수 있을까?
그냥 죽지않고 주기적으로 집에 찾아오는 게 사랑이라고?
그리고 어머니는 왜 그런 아버지를 잠자코 받아주기만 하는건지
난 아직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부부간에 “지금까지 만나서 즐거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불자의 마인드인가?

아버지의 기질을 안진진이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보여주는
김장우에게 술취해서 폭력을 행사하며
‘나를 가두지말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렇구나. 사랑에 빠지면 갇히게 되는 것이구나.
라고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다.

본인에게서 비춰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안진진이 비로소 아버지의 방식을 이해한 것 처럼
사람은 자기일이 되었을때야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 건가보다.


이 책의 제목은 모순이고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독자마다 있겠지만
가장 하이라이트 모순은 마지막에 발생한다.

안진진에게 감정이입해서 미묘한 긴장감을 계속 느끼고 있던 도중
이모의 죽음으로 감정이 폭발했다.

이모가 이모부와 헤어진다 말을 하는 둥
이상한 복선같은 상황들이 있긴 했는데
이런식으로 갑자기 죽을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너무 허망하고 눈물이 나는 상황인 것이다.

영혼의 쌍둥이인 엄마가 느끼는 상실감도 물론 클 것이고
엄마처럼 따르던 안진진의 상실감도 무척이나 클 것이다.
이모도 안진진을 얼마나 아끼고 챙겼는데..
그러니까 마지막 편지를 안진진에게 남긴 것이겠지.

이모의 죽음으로 인해
이모 가족들의 삶이 좀 더 완성도 있게 변해버린 것이다.
균형의 미학을 아는 이모의 선택이란..

안진진도 이모를 따라 모순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바로 가슴뛰는 김장우를 저버리고
나영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정말 의외의 선택이다.
안진진 답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보장된 길.
안진진 같은 특별한 사람이 저런 평범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정말 모순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역시
엄마와 이모이다.
이 쌍둥이가 소설의 주인공이며
가장 나에게 영감을 많이 주는 인물이다.

초반부에서는 안진진 엄마를 불쌍하게만 여겼다.

하지만 안진진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쌍하고 팔자 더러운 여자에서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여자
계획이 자꾸 일그러지니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응을 하는 여자
딸 아들을 멋지게 (? 아 아들은 아니군) 키워내는 멋진 여자..
로 점차 바뀌어져갔다.

이모는 처음부터 후반부 갈때까지 그저 사랑스럽게만 바라보았지만
마지막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안타깝고 불쌍히 여겨졌다.

겉보기에 유복하고 평온해서 마음의 상처가 가려지는 여자
내 얼굴의 침뱉기라서 그 누구에게도 본인의 괴로움을 토로할 데 없는 여자…

이모의 빛나는 눈망울에서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안진진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사랑하는 이모는 잃었지만 결혼해서 남편을 얻게되었고 (주리도 결혼했다.)
진모도 출소할 것이고
어머니가 아버지 간병은 열심히 하실테지만..

가족 드라마니까 복닥복닥 살아가지 않을까
안진진과 어머니는 또 꿋꿋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결론. 행복과 불행은 한끗차이다.
마음먹기 나름이며
꿋꿋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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